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 인수봉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1분 24초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 인수봉 2024, 설치, 광목천에 크레용 프로타주, 1100x155cm(6)+ 사운드설치(10분) , 북서울 미술관  위촉                                        사진-김진
리즈박과의 인터뷰 ( 59회 카네기 인터내셔날 큐레이터))
 리즈: 제가 선생님의  작업을 처음 접했을 때,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인수봉 2024〉 에 바로 끌리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선생님의 작업의 광활함을 보여주었고, 작업실이란 공간 밖에서 작업을 하시는구나  분명한 작가로서의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선생님 작업에 담긴 장소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네요.  인수봉과 북한산이 선생님께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 북한산이 선생님께 작업의 공간도 되잖아요.  북한산 국립공원 안에서 다른 작품들도 제작하셨죠?  

 홍이현숙: 네 저는. 늘  바깥 공간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야생!  외부에서  우연히 제 몸과 만난 어떤 장소에 더 다가가는 거죠.  인수봉과 북한산은, 제가 학교 다닐 때  산악반이었는데, 인수봉을  2학년 때 처음 갔는데 다른 세상을 알게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 뒤로 인수봉이 제게 큰 의미가 됐습니다.  한국에는 많은 봉우리가 있는데. 인수봉은 특별히 미국 요세미티의 엘 캐피탄이나 하프돔처럼, 반짝이는 석영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밀도가 높은 화강석이죠.  제가 결혼하고 아이들 둘 낳으면서 미술 작업을 거의 쉬게 됐을 때 마침  저희 집이 인수봉이 마주 보이는 산등성이에 있었는데,  매일 아침마다 거실 커텐을 젖히면 인수봉 전면(face)이 보였어요. 그래서 그 인수봉의 크랙 하나하나를 눈으로 클라이밍하면서  만지게 되었죠.  인수봉을 품고 있는  북한산은 서울과 경기도 지방에 걸쳐 있는 산인데 그 산 아래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사실 그 산이 의미가 없을수 없는 산인 거죠.    지금도 제 작업실은 북한산 자락에 있습니다.  북한산 서쪽 자락에 승가사라는, 여자 스님만 있는 비구니 절이 있는데 대웅전 뒤쪽 산으로 올라가 보면  높이가  약  6 m가 조금 넘는  바위가 남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그곳에 옛날 고려시대 때 마애불을 조각해 놨어요. 그 마애불을 제가 직접 만져보고 싶었지만 올라갈 수가 없으니 그 마음을 말로 더듬으면서  영상으로 찍은 게 있습니다. 음 그리고 또 다른 산, 전라도 광주시 근처에 있는 월출산 시루봉은 실제로 올라가면서 손으로 더듬으면서  작업했습니다.   
 산은  내가 가닿을 수 없는 야생에 있는 존재입니다.  말할 수 없는 존재의 얘기를 듣고 전하는 것 혹은 대신해서 말할수 있는 것은  우리의 신체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계속 얽혀있게 하는 어떤 것,  서로의 몸을 놓지 않으려는 치열한 노력, 연대, 우정이 산과 나 사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리즈: 프로타주를 북한산에서 북서울미술관으로 가져오면서 작업의 규모 인식이 극적으로 변화가 되죠. 이 작품은 박물관이라는 문턱을 넘을 때 사물과 사람이 변화하는 것에 대한 은유이자 논평이라고 생각됩니다. 공공장소를 유연하게 탐색하는 작가로서, 선생님의 작업은 경계를 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경계를 없애거나 흐릿하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홍이현숙: 그렇죠! 공공장소는 화이트 큐브 공간과는 훨씬 더 다른 태도로, 다른 방식으로  작품과 만나게 되는데 그 장소의 선택이나 방법이 특별해질 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경계를  넘게 되겠죠. 우리가 그 장소를 버드아이로 보거나 혹은 지구행성 밖에서 보게 되면  경계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과연 그 지점들이 어디인지? 그 방법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상상해내는게 저의 예술의 중요한 의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저에게는 유머이기도 하고 뒤집기이기도 하고  수행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조금 더 그것을 흐릿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없앰으로써 더 말랑하게  우리가 있는 바깥쪽의 경계를  흔들고  밀어내면서  더 큰 시각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리즈: 카네기 인터내셔널을 통해 함께 선생님과 일하게 되어 영광이고, 이 전시를 통해 선생님이 또 다른 경계를 넘고 세상 속 작가의 위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지금 당장 말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피츠버그에 작업을 선보이는데 따른 가능성과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홍이현숙:  음 일단 말로만 듣던 피츠버그를 가게 돼서 너무 반갑고 좋습니다.  피츠버그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도시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이번에 애펠레치아  산맥 한 끝자락에라도  꼭  한번 가고싶어요. 저는 작업에서 장소가 가지는 아우라를 비중있게 생각하는 편인데   구글어스에서 산봉우리들 사이에 있는  피츠버그를 봤는데 서울이랑 비슷하게 북쪽하고 남쪽 사이로 강이 가로로 이렇게 흐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친근감이 급상승했고요   어렸을 때 꿈만 꿨던 ‘아메리카 동부에서 서부로, 인디안들과 함께 평원을 말타고 간다’는 여행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때 말타는 것을 열심히 연습하기도 했었는데. 글쎄요.  뭔가 어려울 수도 있고  신날 수도 있고, 요세미테 국립공원도 못 가봤는데 피츠버그를 먼저 가보게 되네요. 이번에 새로 만나게 될 카네기아트뮤지엄과 저는, 서로를 어떻게 바꿔놓울까요?   아, 기대되고 떨립니다. 감사합니다. 

북한산 인수봉 사운드 2024.1029
퍼포머(클라이머): 이연희(리더), 강태원, 문성욱, 신경복, 유효순, 윤철호, 장덕균, 김혁
촬영(항공 포함)&편집: 김이중
북한산 국립공원 구조대(구조대장 김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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