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 루트세터, 단채널비디오, 2023

   나는 작년에 서울 산악 문화체험센타에서 우연히 ‘2023 IFSC 서울스포츠클라이밍 청소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루트세터들을 만나게 되었다. 루트세터들은 각자의 루트를 디자인하는데 책상에서의 그림을 갖고 설치하는 게 아니었다. 클라이밍장에서 직접 떨어지고 밑에서 움직임을 여러 번 해보고 자세를 수정한 다음 올라가서 볼트를 풀고 옮기고 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추락하는지 어떻게 하면 중력을 거스르고 오를 수 있는지 몸을 통해 거듭 되풀이 실험하고 연습하는, 수행하는 현장이었다. 암벽하고 다른 점은 무한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닥은 30cm정도 두께의 강력 스폰지로 되어있다. 대회를 준비하는 루트세터들은 매니저를 포함 총 12명이었는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것같았다. 여성은 2명이었고 그중에 스페인에서 온 루트세터, 마라그다가 촬영을 허락해주었다.

   루트세터라는 직업은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모든 클라이머들의 선망의 직업이다. 클라이밍을 통해서 돈을 벌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기도 하지만 클라이밍 쫌 한다하는 사람이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트세터는 자신의 신체를 사용하여 다양한 난이도와 스타일의 루트를 설정하고 등반자들이 기술을 연습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루트를 계발해야한다,
   각 루트는 일종의 퍼즐처럼 구성되고 등반자가 이를 풀면서 올라간다. 루트세터는 등반자들이 재미있고 도전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다. 물론 등반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루트를 개선해야 할 수도 있다. 클라이밍 기술과 장비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루트세터는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자신의 설정에 반영해야 한다. 루트세터는 단순히 루트를 설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클라이밍 커뮤니티의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새로운 도전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 문장에서 ‘루트세터’는 그대로 예술가로 치환될 수 있다.
선배가 그랬어 나한테.
손 좀 보자고
얼마나 손울 다루었는지 보자고
그러면서 상처로 울퉁불퉁한 손마디를 만져주었지
손톱 끝 만한 홀더,
회전하면서 추락할 것
또 추락
너는  사정없이 네 발가락의 길이를 늘인다.
오직 너의 몸에 의해서만 그려지는.
드릴 드릴 드드릴
너의 땀에 젖어
촉촉이 박히는 쵸크가루
매번 매번 회색빛 합판 수직의 벽이
네 손 안에 움켜졌다 풀어졌다
사실 루트는 미리 세팅할 수 없다고
아무도 지시하는 대로 하지 않을테니까  
일종의 위치 안내 표식기일 뿐
눈을 감는다.
면 뒤에 숨은 산                                                                       
낭떠러지  상상적 축지  
루트와 트랙과 만리 장성
면은 접으라고 있는 거라고 당겨서 접으라고
중력과 싸우지 말고 타라고
엉덩이로 삼각형 밸런스, 물위에서 춤을 추듯
찢어지는 근육들
너는 한 번도 필사적이지 않은 적이 없다. .
통증보다 먼저 오는 쾌감
무수히 선과 선을 그어서 마련된 거리
빙글 돌아가는 형태와 색깔
짤없이 비벼대는 발끝
조응하는 벽
앞으로 슬쩍 기우뚱
육박한다.
꿈틀한다.
비틀린다.
1미리의 차이, 0.1각도의 차이.
눈을 감는다.
면 뒤에 숨은 산                                                                       
낭떠러지  상상적 축지  
루트와 트랙과 만리 장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