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일지 고래자세, 단채널비디오, 7분 11초, 2018
 
늘 고래의 소리를 좀 더 다양하게 알고 싶기는 했지만, 그것을 언어로써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것은 얼마 안 되었다. 고래의 소리는 대개 물소리와 같이 섞여 있어서 선명하게 듣기 힘든데, 최근에 혹등고래의 소리를 물소리 없이 아주 가까이서 녹음한 것이 인터넷에 있어서 받아쓰기하게 되었다.
귀를 쫑긋하여 듣고 받아썼는데 어림도 없다 더 많이 듣고 더 정확히 받아쓰기 하려고 한다. 고래의 언어 배우기를 우선 그렇게 시작해 보면 조만간에 보다 괜찮은 ‘고래 자세’를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으↗ 흐— 응∨ 뽀↗ 로⌵ 옹⌵ (낮게) 으~ 으~ 음↗
쁘↘ 으— 음∨ 읗 (낮게) 믐↗ 으~ ↗음∨ 므↘으 ↗음∨ 쁘↑므⌵르~ 르~ 으
므↗응⌵ 이—응~르~르—응⌵ (숨소리) 취익 응↗흐↗르⌵ 흥흥
흐↗ 르 흥 흥
ㅁ~ 에~ 에— 엫⌵ 음—에~엥⌵ 히이 뭬↗(높게) 에~ 엥∨
삐⌵뿌↘ 아—아↘잉⌵ 쁘⌵빠⌵앙⌵
엥~ 우~ 아~ 앙~ 에잏, 뿌ㅋ⌵
↗응 (작게) 리 응↗ (낮게) 으— 에~ 에~ 엥 뽑⌵으~ 엥↗ (숨소리)퓨유↑ 므(낮게)↘으~으~음
미(높게)↗ 리— 릭∨ 메(낮게)↘ 에~ 엄∨
ㅃ↘ 우→ 우→ 움⌵ 무룽∨ 우~임∨ 무~이~이~이~잉 뿡⌵(숨소리) 슈우ㅋ
뿌룽↑ 삐~ 이~ 이, 룸∨ 이잉∨, (낮게)그르으으응↘

누군가가 되려고 하는 시도는 어떤 방식이든 미끄러진다. 고래의 소리를 ‘휙뽀옥’으로 받아쓴다 해도 동일하게 소리 낼 수 없으며, 사자의 포효가 요가의 사자자세와 일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작가는 자신이 비인간 동물이 되려는 과정이 늘 실패의 연속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과정들은 되기를 위한 완벽한 모방이라기보다, 다른 세계에 속하는 존재와 관계를 맺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결연으로서의 융합에 가깝다. 그리고 작가는 무모해 보이는 이 시도조차 없다면 나아닌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일이란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그 실패들은 오히려 작가로 하여금 비인간 동물에게 다가가기 위한 또 다른 동력으로 작동된다. 작가 스스로가 작업이 수행이라고 말하는 지점은 결국 이러한 실패의 반복이 쌓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비약적인 상상력을 매개로 비인간 동물과의 결연을 자처하며 알 수 없는 그들의 삶 속으로 자신을 계속해서 밀어 넣는다.
김미정(아르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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