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 인수봉 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1분 24초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 인수봉 2024, 설치전경, 광목천에 크레용 프로타주, 1100x155cm(6), 사운드, 10분                                              사진-김진솔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인수봉>은 북한산 인수봉을 프로타주한 설치 1점, 현장 작업 과정을 촬영한 영상 1점, 북한산 인수봉의 소리를 담은 음향 1점으로 구성된 신작이다. 이 작품은 자연 앞에 연약한 인간의 몸과 오래 존재해 온 광활한 산의 바위가 만나 느껴지는 촉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동시에 인간과 비인간이 교류하는 감각을 구현하였다.
  2024년 10월 29일 제작된 이 작품은 북한산 인수봉 대슬랩 부분에 가로 1.6m, 세로 11.25m의 광목천을 6줄로 늘어뜨리고 작가를 포함한 6명의 베테랑 등반가들이 클라이밍을 한 상태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크레용을 활용해 바위 표면을 프로타주한 것이다. 오전 6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비가 잠깐 뿌려 참여자들이 동굴로 피신하기도 하였으나 오후에 무사히 완료되었고, 암벽 청소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영상에서 여러 협업자들의 동참과 연대의 실천을 만나볼 수 있다.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인수봉> 설치는 이전 작품들의 특징을 이으며 재탄생한 것이다. 홍이현숙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옷이나 직물을 사용해 건축구조물에 현장 설치작업을 진행했었다. 직물은 유연하고 스며들며 감싸안는 성질로 딱딱한 것들을 다른 종류의 것들로 변화시켜버리는 역할을 하였다. 10여 년을 건너뛰어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 암벽인 인수봉을 광목천으로 덮어 비석을 탁본하듯 프로타주하고, 그 천을 미술관 전시실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이 결과물은 영상 작품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월출산 시루봉>(2023)과도 연결되지만, 물성을 가지고, 접촉의 증거물로, 바위의 몸체를 직감할 수 있는 압도적 크기로, 12미터 높이의 전시장에 설치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작업은 이전의 장소 특정적 작업이나 영상과는 다르게 미술관에 들어온 인수봉의 허물로서 유령 같은 존재이다. 그것이 겪고 있는 기후 위기를 기록한 탁본이며 만지고 문질러 몸으로 이해한 타자의 피부 껍질이다. <인수봉>은 오랫동안 인수봉을 마주보는 곳에 살고 있었던 작가가 타자들과의 얽힘에 대한 책임과 응답이 필요함을, 늘 죽음을 애도하며 함께 살아가야 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4 타이틀 매치: 홍이현숙 vs. 염지혜 《돌과 밤》 전시 리플렛
퍼포머(클라이머): 이연희(리더), 강태원, 문성욱, 신경복, 유효순, 윤철호, 장덕균
촬영(항공 포함): 최황
편집: 김이중
프로젝트 매니저: 최소연
현장 지원: 장유정, 조윤지북한산 국립공원 구조대(구조대장 김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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