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자의식, 스페이스 사디 SADI, 1997
이 작품은 가운데 바닥에 지름이 1미터 정도 되는 철판 위에 높이 1.8미터, 두께 80밀리미터의 파이프 하나가 골격을 이루어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 오직 옷으로만 쌓은 것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집중했던 것은, 이 파이프 둘레에 2.8미터 정도의 높이로 옷을 쌓았을 때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쌓을 수 있을까였다. 옷의 면 하나하나에 중력이 작용하면서 옷들이 눌렸을 때 그 옷들이 만들어내는 선(線) 형태가 마치 빈 공간에 수없이 그어지는 드로잉 같았다. 옷과 옷의 바깥 선들이 수없이 만들어내는 레이어가 좋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빚어내는 어떤 기(氣, 오라) 같은 것이 그 레이어들을 감싸고 있었다. 또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탑들 사이의 빈 공간이었는데, 옷 임자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탑 주위를 이리저리 포행(布行)하는 모습을 상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