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채널 비디오(사진 두 장 무한반복), 1분 4초, 2005
큐레이터 조선령의 상상공장 "날자, 날아보자꾸나"
이 아줌마 정말 시원하게 웃는다. 재래시장에서 오천원이면 살 것 같은 옷을 입고 동네 슈퍼보다 더 멀리 갈 일은 일 년에 한 번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아줌마가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 까닭은?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하얀 솜 같은 천사의 날개가 아니라 아무리 봐도 싸구려 비닐끈으로 만든 것 같은 겨드랑이 털이 아닌가! 홍현숙의 <날개>는, 겨드랑이 털처럼 구질구질한 나날이 갑자기 아름다운 날개로 바뀌는 작은 기적 같은 순간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천사가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줌마는 아줌마고, 동네 슈퍼는 동네 슈퍼다. 하지만 이건 진짜 날개다. 필사적으로 팔을 흔들다 보면 어느 날 돋게 되는 날개.
조선령 독립 큐레이터, 한겨레 2009년 2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