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기1, 200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분 3초
구르기2, 200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분 39초

나는 바닥이 되었다.
노란 비니루 장판이 깔려있는 바닥.
엉터리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무너지듯 송장자세를 하고 있을 때였다.
다리에 힘빼고 팔에 힘빼고 온몸에 힘을 다 빼고 천천히 호흡을 세면서
온몸을 바닥에 펼쳐 놓았다. 나는 한없이 얇아졌다.
잠깐 졸았나? 몸이 바닥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아, 내가, 바닥이 된 내가 보였다.
전에도 가끔 온몸이 너무 납작해져 쥐가 나 고생한 적은 있었지만
바닥이 된 것은 처음이다.
  
바닥이 되니 누군가가 내 위에서 뒹구는 것을
느끼고 싶다.
발바닥으로 걷는 것말고 온몸으로 뒹굴 것
나는 기꺼이 그/그녀를 탄력있게 받쳐 줄텐데.
 
두발 두팔로 온몸을 휘어 바닥을 받드는 것을 아치자세라 한다
그런데 난 바닥을 드는데 늘 실패했다.
바닥은 왜 그렇게 무거운지, 좀처럼 들리지가 않는 것이다.
내가 용을 쓰며 바닥을 들려할 때, 그때 바닥은 좋았는가?
 
바닥이 되었는데 몸은 더 가볍다.  바닥 밑으로 유영해 들어갔다.
끝없이
저게 맨틀인가? 물렁물렁하고 질깃한 느낌이다.
냄새도 난다. 마치 인간의 침냄새 같이
뜨겁지는 않네?
다시 맨틀을 지나 온몸을 솟구치니 다른 바닥에 부닥친다.
물인가? 물의 표면이 왜 이렇게 딱딱하지? 
 
아하,
내가 된 것은 바닥이 아니라
그 바닥에 붙어 있던
누군가가 씹다 버린 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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