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관객 참여 퍼포먼스 & 영상설치(단채널, 2분10초), 가면 10개, 2022
이 작업은 “예술이 삶 속으로 흐르는 ‘통로’ 혹은 ‘터널’”로서 미술관의 기능을 헤아려 보고 내·외부 공간을 연결하는 전시, 설치, 참여프로그램을 선보이고자 경기도미술관의 강민지 방초아 학예연구사가 기획한 아트 프로젝트 ‘2022 미술관의 입구 생태통로’에 참여하여 만들어졌다.
작가는 결코 작지 않은 미술관의 몸체를 유기체의 어떤 것으로 감각하는 법; 즉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미술관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의 외부를 돌아가며 미술관과 외부 사이의 경계를 시각 정보 없이 다른 감각으로만 접촉케 하고자 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관람객의 직접적이고 주동적인 참여를 통해 완성된다. 이루어지는 행위들은 스님이 좌선하는 중에 잠시 탑을 돌면서 하는 포행(布行)과 비슷하다.
퍼포먼스는 시각을 차단한 채, 가능하다면 아예 눈이 없는 어떤 다른 존재가 되어서 나를 지탱해 주는 줄과의 관계를 예민하게 조절하며 어둠 속을 헤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초긴장의 신체가, 나아가는 방향이 90도로 꺾일 때마다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는 바람의 습도와 촉감, 냄새, 온도를 받아들이고 그 감각으로 미술관의 외부를 통해서 오히려 미술관이라는 어떤 존재를 몸으로 새겨보는 수행을 하도록 하는 제안으로서 만들어졌다.
나는 나의 이 오랜만의 외출을 보다 화려하게 예민하게 하기 위해
잠시동안 인간동물이 아니기로 결정한다.
제일 먼저 시각을 차단한다.
눈은 어둡지만 손끝이나 발바닥은 어느 때보다 환하다.
손이나 발이 어느 때보다 부풀어 있는듯하다.
살랑살랑 걷기로 한다. 맨발이면 더 좋을 것같은데
풀의 가시 따위가 발을 찌를 것같아서 못한다. 난 아직 인간동물이니까
이왕지사 바닥을 더 깊이 느끼기 위해 네 발로 기기로 한다
나 인간 동물은 네 발로 길 때
미술관 건물을 빠져나와 호수쪽으로 몸을 향하니
여름 물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하늘은 높고 공기는 넓게 퍼져있다.
바람이 훅하고 나에게 여름의 후꾼하고 물낸새를 날라다 준다.
습도가 있다. 촉촉하다 코털이 살짝 떨린다.
조금 가니 몸에 묶은 줄이 뒤에서 나를 붙잡는다. 왼쪽으로 돌으란다
.
돌아서니 바로 오른 쪽 뺨과 왼쪽 뺨의 기운이 다르다/
오른 팔과 오른 어깨가 호수바람을 느낀다. 그렇다. , 오른 쪽에 호수가 있는 거다.
오른쪽뺨에 와닿는 물기, 시원하네!
갑자기 소나기라도 와주면 좋겠다. 비오면 저 호수가 어떨까 궁금하다.
비는 어떤 모습으로 저 호수 위에 가 닿을 까? 보지못하니 더욱 더 궁금하다.
속절없이 가차없이 메다 꽂히는 빗줄기,
직선으로, 꽂는 침을 맞는 것처럼 수면은 진저리를 친다..
왼쪽 뺨은 미술관에서 나오는 열기를 느낀다.오른 쪽 머릿털이 살짝 나부낀다
조금 더 할랑할랑 걸으니 그 언밸런스도 재미있다.
.새들은 호수를 바다인 듯 훨훨 날으며
더 앞에서 누군가가 오다가 어! 어! 하고 피해가는 구나!
조깅하는 사람들의 발바닥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기둥에 묶인 줄이 또다시 나를 당기누나. 어, 코너에 도착했구나.
비너를 앞에다 옮겨 걸고 왼쪽으로 몸을 돌린다.
와, 오른 쪽에서 나무의 잎들이 살랑거린다.
호수가 끝났고 슾인가보다!
숲이 보내는 공기가 갑자기 뒤엉켜서 날려온다;
수증기를 품은 바람이 물러가고 산뜻한 공기가 내 팔을 감싼다.
겨우내 웅크리기에 진력이 난 나무들은 더는 견딜수 없다며 움켜쥐엇던 것들을 풀어버린다.
말들을 하나의급류를, 녹색 구토를 쏟아낸다.
커다란 잎, 잎들이 다시 휘파람을 부누나
내 발들이 거기에 맞춰서 사뿐 사뿐 돌아간다.
내발밑으로 개미들이 벌레들이 줄지어 움직인다. 나는 밟지 말아야지 더 사뿐걷는다.
풀들은 이내 덤불을 만든다.
노송나무 제멋대로 하늘에 팔을 위로 위로 뻗어대고
아래쪽 풀들은 잎을 비벼가며 코를 간지른다.
바람이 살짝 불어주나 보다.일곱개의 은 억새 이삭
호수 가장자리 조그만 버드나무 그 긴 이파리를 흔들흔들 흔들어 댠다.
붉은 여뀌곷도 움직인다.
참새들도 제각각 후두둑 삼나무위애서 날아올라 옥상위 난 간 사이로 사라진다.
왜그런지 바람과 슬픔 때문에 가슴이 먹먹하다
지나간 유행가 가락이 아무 생각할 새도 없이 몇 번 입으로 떠 오른다.
새가 사라진 조용한 사위에 아이들이 달려간다 뭐라 소리지르며 하나 둘셋
하늘 저편의 달은 희미하게 흩어지고 바로 하늘 모습이 달라진다.
그리고 달이 오그라든다.
하늘 바다와 오팔구름 달의 그은불 가장자리가 갏아서 더 둘글어진다.
새소리1 해발 쥭뱍칠척밝은 달빛아래 진격하느 ㄴ저새소리
새들은 낮게 울고 나는 천천히 지나가고 햇빛은 내 정수리위로 내리 꽂누나
.달은 지금 두 개로 보인다.역시 피로대문에 생긴 난시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냥 걸으면 된다.
이십오일밤의 달빛을 받으며 와륜산을 걸을 때 나는 지구의 귀족이다.
단백샥 구름이 아득히 멀어지고 수많은 별자리
지금은 보이지않지만 엄연히 저쪽 하는 뒤에 숨어 있을 무수한 별자리
그렇다 오리온 의 오른 어깨위에서 정말 로강철같이 검푸른 웅장함이 흔들리며 내게로 온다.
그다지 깜박이지도 않고 내 이마위에서 빛난다.
분화구에도 들어가보세요. 행길로도 내려가보세요. 발바닥이 지시한다.
커다랗고 무거운 탈을 쓰고 팔을 허공에 휘저어 가면서
조용한 숲과 미술관 건물 사이를 헤매는 것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약간의 목메임과 약간의 피로감으로 달콤하다. 그렇게 느껴진다.
멀리서 나를 가르키는 손가락
나는 벌서 열 번도 더 왔지만 이렇게 조용하고 감미로운 적은 없었어요.
확실하지는 앟지만 이 장소가 아무래도 바뀌어버린 나를 더 좋아하는 것같아요.
아직 해가 뜨기 전 별들도 다 돌아가지 못 햇는데
벌써 다뜻한 공기가 땅에서 위로 오르는 듯 합니다.
그렇죠 동쪽은 저쪽입니다.
지금 뾰족뾰족 단단한 이빨 저쪽
허공에 작은 틈이 생긴게 틀림없다
햇빛 때문에 다 말라 버릴 것같으면서도
금방 다시 습기를 머금어 반짝이는
날 벌레는 한 마리씩 빛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