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돌아왔다, 경기도미술관, 2008
  경기도 미술관 2층에는, 보통의 전시 때는 잘 쓰지 않는 나무로 만든 커다란 발코니가 있다. 그 발코니의 나무 데크는 직선으로 완강했지만, 그 틈사이로 들어간 옷들은 나무의 강성을 순식간에 완화시킨다. 옷들 때문에 그 틈들은 조금 더 벌어진 듯하고 나무의 실선은 점선이 되었다.
The wood of the deck looked strong, but the clothes that were inserted in crevice of the wood softened the strong quality of the wood. Because of the clothes, the gaps looked a little bit widen.
  사물이든 마음이든 틈은 있게 마련이고, 그 틈은 양(+)쪽이긴 보단 음(-)쪽이고 중심이기보다는 가장자리에 속한다. 그 틈을 잘 들여다보면 그 사물이나 마음의 전모가 보이기 마련이다. 딱딱한 것 같지만 의외로 말랑말랑하고 연약한 내부를 가진 것들이 많다. 나의 작업은, 어떻게 이런 내부의 것들을 바깥으로 끄집어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전시 제목처럼 〈언니가 돌아왔다〉는 오랜만에 열리는 여성주의 전시라 반가웠다. 제목은 《오빠가 돌아왔다》 라는 김영하의 소설 제목을 본떠 만들었다고 했다. 〈언니가 돌아왔다〉를 작업하면서 잠시 잊고 있던 여성주의(를 표방하지 않은 여성주의 전시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전시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해본다. 〈가상의 딸〉전을 열었을 때도 그랬지만, 어떤 비평가들과 작가들은 이 전시를 아무 부채감 없이 비평했다. 굳이 부채감을 드러내야 한다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 허우적거리는 물갈퀴를 좀더 보아주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갈 길이 멀지만 여러 가지를 무릅쓰고 이런 전시를 하는 마음이 어떤지 잘 알기에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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