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m 아래, 종들의 스펙터클, 관객참여 퍼포먼스, 2채널비디오, 11분 28초, 2022
이 작업은 비인간 존재와의 연대와 공생에 대한 예술적 탐구를 집체 퍼포먼스로 담고 있다. 퍼포먼스 참여자는 인간동물로서, 빛이 완전히 차단된 암흑의 공간에서 안내자와 함께 작가가 제안하는 퍼포먼스를 수행하고 있다. 퍼포먼스 안에서 관객은 수동적 관람자가 아닌 주체적 수행자가 되어 마치 땅속 생물종처럼,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을 사용하고 몸을 움직이며 어둠 속의 다른 종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참여자는 서로의 냄새와 촉감과 소리의 진동을 통해, 나 아닌 존재를 다르게 재인식하고 새롭게 연결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입자와 파동의 그 사이 공간과 시간 어디쯤에서 자신의 위치를 몸으로 확인해 보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지상에서 12m 아래로 내려와 여기에 있다.
땅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수많은 자동차들이 구릉을 달리고
우리는 그것들 모두를 바로 지금 머리 위에 이고 있는 것이다.
이 근방에 있는 이런 굴들을 한 번 떠올려 본다.
어떤 건물들의 지하주차장이기도 하고, 지하 벙커이기도 하고, 미술관이기도 하다.
이 굴들은 섬처럼 따로 떨어져있다.
이 섬들 연결해볼 수 있을까?
저 벽의 허방을 찾아라!
땅속 바위가 말랑말랑해져 스스로 그 구멍을 내줄 때까지.
두드리고 문지르고 간질이고 구르고 비비며 흔들어라!!
돌연한 우발성을 찬양하라!
망설임 없이 한 몸이 되는 위험과 기쁨!
새로운 잡종들의 이야기가 난무하며 살기와 죽기의 방식을 다시 만들어낸다.
가자, 이 검은 어둠이 우리의 안내자가 될 것이다.
당신의 거친 숨소리와 노래가,
당신의 겨드랑이, 발가락, 몸의 마디 사이사이에서 올라오는 그 냄새가,
바로 안내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