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몸-그녀들”에 반영된 글로벌리즘시대의 인간표상

김영순



홍현숙은, 옷과 흙을 교차해 쌓아 올리고 씨앗을 뿌려 파란 풀을 자라게 한 설치작업, 육교나 공장을 천으로 감싼 거대한 야외환경작업, 중년여성의 안방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재현한 “그 여자의 방” 등을 통해, “순환의 싸이클에 역행하지 않고, 거대한 자연의 소리에 자연스럽게 속해” 지구를 더럽히지 않을 작업을 하겠다는 실천강령을 수행해왔다. 그것은 옷-몸-생태환경의 순환고리를 통해 작가 자신이 여성으로서 살아온 삶의 자전적 고백이며, 대(對)사회적 참여방식이었다. 그야말로 페미니즘문맥의 전범으로, 여러 평론가들이 해독하고 기대해온 그대로이다.
특히 ‘안방에서 뱃살이 붙은 아줌마가 별생각 없이 에어로빅 비디오의 화면을 쫒아 움직이는 영상과, 무 자르듯 잘려진 냉장고, 돌로 괴어 단단히 닫아놓은 솜을 넣어누빈 문, 형광등 불빛을 쬐고 있는 대형선인장 화분이 설치된 “그 여자의 방”은 박원기(2005)가 읽고 있듯 출산과 양육이 끝난 뒤의 중년 여성의 일상을 냉담하고도 설득력있게 압축한 표상이다.
그러나 이 작업과 작가에 주목해야 할 의미는 패숀화된 패미니즘론을 넘어선다. 그것은 성을 초월해 이 시대 우리의 삶의 구조에 대한 비판과 실존의 문제를 비수처럼 감추고, 그 일탈의 환기창을 신선하게 열어 놓은 돌발적 상상력과 해학적 환유, 그리고 그것을 직접화법으로 얽어낸 연금술사적 테크닉에 있는 것이다.
뱃살이 붙은 중년여성이 날아오를 듯 양팔을 들어 올린 순간 드러나는 겨드랑이 밑의 털을 빵봉지의 금색 끈으로 환치한 것이나, 풀이 자라게 하듯 삭발한 머리가 나도록 물을 뿌리는 그녀들의 해프닝은 일순간 신선한 통쾌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들의 삶이 아니라, 다문화구조의 틀을 가장하여 전 지구를 일원화 하고 있는 글로벌 소비산업사회의 인간표상이며,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작가 홍현숙의 역량과 가능성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